개발자의 일상 - 운동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됐다.

사소한 분노를 사소한 운동으로 마무리하는 하루


내가 운동을 안했던 이유

나는 운동을 왜 안했을까?

학창 시절 절친들이 내 곁을 떠난 이유는 각자의 개인적인 꿈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목표와 꿈을 위해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싶어했고, 여러 명이 자퇴를 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고립됐다.

이에 따라 친구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온라인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야외 활동과의 연결이 멀어지게 되었다.

이후 대학생이 되고 군대에 가면서도, 운동보다는 개인 시간을 중요시해 왔고, 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나를 매료시켰던 활동이 자전거 였다.

대학생 시절 방학과 백수 시절에는 하루에 60km를 타는 것이 기본이었고, 자연스럽게 자전거와 관련된 영상도 보게 되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는 영상이 매료되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나는 두려움과 설렘이 반반씩 어우러진 마음으로 시도했고, 그 시도는 나에게 값진 경험을 안겨줬다.

  1. 내 뼈의 생김새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
  2. 남자의 명이 짧은 이유
  3. 자전거는 무섭다.

이 경험 이후에는 전 애인의 걱정이었는지, 욕심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헬스를 시키고 싶어했고, 오래 운동을 해왔던 그녀는 나에게 운동을 가르쳐 줬다.

하지만, 나는 헬스가 너무도 싫었다.


이제 진짜 운동을 해야겠는데…

살기 위해서 운동하자

자연스럽게 모든 활동을 끊긴 내 몸은 많이 망가져 있었나 보다.

한국나이로 서른이 된 내 몸은 자주 온몸이 쑤셔오고, 무엇보다 잠이 오질 않았다.

일이 끝나고 와서 게임에 열중했던 내 몸은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도 하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했고,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래서, 헬스장과 PT를 알아봤지만 막상 가려니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 전 애인과의 기억?
  • 그저 내가 운동을 하기 싫어서?

그렇게 망설이고만 있다가 망설이고 고민하는 시간이 싫어서, 유튜브를 보고 무작정 7kg 짜리 덤벨을 두개 주문했다.

( 한짝만 샀다가, 두 짝이 아니면 애매하다는 말을 듣고 하나 더 주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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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해보니 재밌어!

그렇게, 덤벨을 들고 얼터네이트 덤벨 컬을 처음으로 8개씩 5세트를 진행했다.

운동을 하면서 처음 느낀 감정은 이랬다.

재밌는데?

싫었던 운동이 나는 재미없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재밌었다.

다른 날에는 리스트 컬, 덤벨 플라이도 했다. 그냥, 너무 재밌었다.

최근에 게임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았던 공허함이 채워진 느낌이었다.

여기서 재미도 재미지만, 의문점도 생겼다. 나는 왜 그렇게 헬스를 싫어했을지 고민해봤고, 내린 결론이 있다.

군대와 여자친구 모두 다, 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고강도의 운동이었다.

심지어 옛 연인과 운동을 할때는 토할 것 같았다. 속이 메스꺼웠다.

내 표정을 보고, 애정이 식었는가, 불만족스러운가를 물어봤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같이 했던 운동이 메스꺼웠고, 너무 힘들었다.

아마도, 내 옛 연인은 내가 애정이 식었고, 변하고 싶지 않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저, 나에게 맞지 않는 운동강도였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끔은 내가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개발이 정말 재미없고, 싫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을 회피하고 도망쳤다.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찾아낸 그 원인은 그저 나에게 맞지 않는 강도였기 때문이다.

  • 너무 과도한 책임감

  • 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분노와 허무감
  • 나를 이용해 먹는 사람들
  • 등등..

원인이야 어떻게 되었던 간에, 운동을 하고 나서 느낀 큰 변화는 잠이 잘 온다.


잠이 너무 잘오게 됐어!

이전에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기 위해서 해파리 수면법 같은 걸 시도해보고 노력하면서, 푸른 들판에 개가 뛰어놀거나, 심해 속의 해파리를 상상하면서 잠에 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노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상상하면서도 해파리가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회전하는 상상 같은 부수적인 상상을 자꾸 하게 되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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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그냥, 진짜. 잠이 잘 온다.

지금은 그저 아무 생각없이 잠에 들게 된다. 제 시간에 자게 되니, 원래 맞춰놓았던 알람 시간에 제대로 일어나게 됐다.

타인에게 느꼈던 분노의 감정들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운동을 하면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낼 때, 욕을 하면서 내 감정들, 개XX, ㅅXXX들 타인에게 직접 쏟아내지 못할 욕들을 쏟아낸다.

이 아우성이 내 스스로의 감정에 위로를 주고 있는지, 내가 느낀 부정들이 해소되어 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이 뿌듯함과 즐거운 감정이 지속되고, 계속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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