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의 꽃꽂이 체험기
가끔은 주말에 꽃꽂이 하러 가는 것도 괜찮은 걸?
주말에 뭘 하지?
마음에 맞는 이성을 만나고 싶다던가, 원하는 것이 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살던 일산은 도시지만, 서울보다 비교적 한산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많았다.
그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며, 아이들의 웃는 소리나 표정,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허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여기 구로에서는 그런 여유로운 표정에서 벗어나,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카페를 가도 공부를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거나, 온종일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이런 와중 문득, 여유로움을 되찾고 싶었다.
꽃꽂이 원데이 클래스
여유로움에 대한 간절함이 있던 와중에, 당근마켓을 구경하다가 꽃꽂이 원데이 클래스라는걸 같이 참여할 사람을 구인하는 걸 보게 됐다.
할 것도 없는데 갔다오자…
원데이 클래스라는 말만 들었지, 참여한 적도 없었고, 대체 뭘 알려준다는 걸까 호기심에 무턱대고 참여했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꽃 한 바구니 만들어온다고 하며, 그렇게 토요일에 길을 나섰다.
이태원의 한 개인 작업 공간이었는데, 같이 오시기로 한 분이 늦어져서 강사분과 잡담을 나눴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으로 사람들을 강의하면서 가지는 압박감이나, 본인의 꽃 취향, 이태원에 대한 애정에 관해서 이야기하셨는데
다른 영역에 들어온 기분 같아, 정말 재밌는 잡담이었다.
꽃을 꽂아가는 과정도 재밌었는데, 작업 과정이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았다.
큰 그림을 만들고, 작은 그림을 그려나가고, 디테일을 살린다.
이 과정이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실수해도 괜찮았고, 강사분이 중간중간 디테일을 잡아주셨다.
그저, 아무런 금전적인 목적 없이, 이 한 송이 한송이를 꽂으며 꽃바구니를 완성시켜 나간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자체가 나에겐 여유와 같았다.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히아신스, 여유로움을 준 이 꽃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이 꽃이 시들 때면, 다시 한번 꽃꽂이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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